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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그 많았던 한화 2루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겨울 큰손이었다. 가장 큰 돈을 쓴 건 단연 '에이스' 류현진(37)이었다. 8년 동안 170억원을 안겼다.하지만 투자의 시작은 단연 안치홍(34) 영입이었다. 올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중 한 명이었던 그에게 4+2년 최대 72억원이라는 거액을 안겼다.30대 중반을 향하는 안치홍이 최대 6년의 장기 계약을 받고, 72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수령할 수 있는 건 그가 '올스타 2루수'이기 때문이었다. 데뷔 후 꾸준히 3할 안팎의 타율과 OPS(출루율+장타율) 0.8 안팎을 기록해 온 그는 수비 부담이 큰 2루수로 뛰면서 꾸준한 공격력을 겸비한 선수였다.그런데 한화는 안치홍을 2루수로 쓰지 않았다. 포지션을 완전히 전환한 건 아니지만, 1루수와 지명 타자로 쓰겠다고 했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할 당시 최원호 한화 감독은 "안치홍의 경우 수비보다 공격 쪽에 더 기대를 걸고 있다. 144경기 전 타석에서 기용하려면 수비까지 부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거다. 안치홍은 채은성과 함께 1루수와 지명 타자를 중점적으로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한화엔 이미 2루수 카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2021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정은원이 있는 데다 2023년 데뷔 시즌에 114안타를 때린 문현빈도 있었다. 최 감독은 캠프에서 세 선수를 비교한 결과 문현빈을 기용하겠다고 했다. 당시 최 감독은 "문현빈이 수비 폭이 더 좋다. 문현빈을 선발로 기용한다면 2루수로 활용하는 게 그의 장점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라고 설명했다.3월 한화가 7연승을 달릴 때만 해도 이 선택은 옳았다. 문현빈은 3월 타율 0.346으로 활약했고, 안치홍은 페이스가 다소 늦었으나 중심 타자다운 활약을 선보였다. 카드도 더 많았다. 지난해 유격수로 수비력을 증명한 이도윤도 쓸 수 있었고, 공격력을 갖춘 김태연도 유틸리티로 활용 가능해 보였다.잘 풀릴 땐 모든 계획이 장밋빛으로 보이지만, 꼬이기 시작하면 모든 게 '오답'으로 바뀌는 게 야구기도 하다. 한화의 2루 플랜은 4월 들어 서서히 꼬이기 시작했고, 결국 24일 폭탄이 돼 터졌다. 수비 안정감과 타격 재능이 있다고 믿은 문현빈이 먼저 무너졌다. 몇 차례 득점 기회를 날린 후 흔들리더니 4월 타율 0.173을 기록하다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최원호 감독은 빈 2루 자리에 공격력을 갖춘 김태연을 선택했다. 대신 수비가 필요할 땐 이도윤을 기용할 것이라 예고했다. 최 감독은 24일 경기 전 "수비 쪽에서는 내야수 통틀어 이도윤이 풋워크나 포구 능력이 가장 좋은 선수다. 송구 강도가 황영묵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정도다. 수비를 강화해야 할 때는 이도윤이 출전하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 수비가 24일 말을 듣지 않았다. 한화는 24일 KT 위즈전에서 에이스 류현진을 내고도 1-7로 대패했다. 류현진이 7실점(5자책)을 기록했지만, 류현진을 오롯이 탓하긴 어려울 정도로 수비가 흔들렸다. 3회 병살 플레이 실패를 시작으로 흔들린 한화 내야는 4회 내야 타구 처리 실패, 병살 플레이 실패 등 연달아 실책성 플레이를 터뜨리며 1이닝 4실점을 남겼다.특히 대부분 상황에서 2루수 김태연의 수비가 아쉬움을 남겼다. 김태연은 4회 KT 조용호의 땅볼 때 1루수 채은성과 함께 이를 내야안타로 둔갑시켰다. 채은성이 타구 처리하러 간 사이 김태연의 커버가 늦었다. 이어 안치영의 유격수 앞 땅볼 때는 황영묵의 토스가 높았고 김태연이 포구하지 못했다.모두 실책은 아니었다. 전문 2루수가 아닌 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울 수도 없다. 벤치가 신속히 수비 강화를 선택했다면 결론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최원호 감독이 공언했던 '수비 강화 카드' 이도윤은 실점을 내줄 만큼 다 내준 5회에야 김태연 대신 2루에 들어섰다.한화가 이날 류현진의 승리를 위해 수비 강화를 고려했다는 걸 떠올리면 더 뼈아픈 선택이다. 한화의 이날 중견수는 42세의 김강민이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타율 0.100에 그치고 있으나 수비력을 고려해 기용한 카드였다. 그런데 정작 폭탄은 내야에서 터졌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4.2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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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만 웃었다' 개막 한 달, 5강 후보들 어디로 갔나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KT 위즈. 2024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꼽은 '3강'이었다. 여기에 류현진이 합류한 한화 이글스와 '우승 사령탑'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롯데 자이언츠가 5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개막 한 달이 지난 지금,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KIA는 당연하면서도 의외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KIA는 한 달간 24경기를 치러 유일하게 7할 승률(0.708, 17승 7패)을 기록했다. 팀 평균자책점(ERA)도 1위(3.58), 팀 타율도 2위(0.291)에 올랐다. 투·타 모두 안정적이다.당초 KIA는 시즌 초반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포' 나성범을 비롯해 황대인, 전천후 투수 임기영, 주전 유격수 박찬호, 선발 투수 이의리 등 주전 선수들이 차례로 부상으로 이탈했던 탓이다.하지만 KIA는 탄탄한 선수층으로 위기를 버텨냈을 뿐 아니라 당당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제2의 이종범' 내야수 김도영과 베테랑 서건창이 부활하면서 '부상 병동' 타선을 지탱했다. 마운드에선 10경기 8승을 합작한 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 외국인 원투펀치가 선발진의 중심을 잘 잡았다. 불펜에서는 최지민(13경기 ERA 0.75)과 이준영(10경기 ERA 1.69) 곽도규(14경기 ERA 2.53) 등 필승조가 뒷문을 잘 지켰다. KIA의 고공 비행엔 '초보 감독' 답지 않은 이범호 감독의 팀 운영이 있었다. 백업 선수들을 골고루 활용하면서 위기를 이겨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베테랑 선수들의 체력 안배까지 신경을 쓰면서 팀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부상 선수들이 차례로 복귀할 예정이라 KIA의 전력은 더 무서워질 전망이다. '디펜딩 챔피언' LG는 5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주에 겨우 5할 승률(0.542, 13승 11패 2무)을 회복했다. 팀 타율 1위(0.295) 팀 ERA 4위(4.40) 등 기록은 나쁘지 않지만, 투·타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LG 불펜진의 공백은 꽤 커 보인다.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적)과 이정용(입대)이 이탈하고 함덕주와 정우영은 팔꿈치 수술 여파로 2군에 있다. 백승현도 팔꿈치 통증, 최동환까지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최상의 전력을 꾸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타선의 침묵으로 1~2점 차 어려운 승부가 이어지면서 불펜의 부담감이 가중된 여파도 크다. 지난해 준우승팀 KT의 상황은 더 나쁘다. 승률 0.280(7승 18패)으로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1위 KIA와 격차는 10.5경기. 10위에서 2위까지 오른 지난해 같은 시기(26경기 기준)에서 KT는 승률 0.333(8승 16패 2무)을 기록, 1위와 7.5경기 차를 유지했다. 지난해보다 상황이 악화했다. 믿었던 마운드가 무너졌다. 현재 KT의 팀 ERA는 6.94로 리그 최하위. 에이스 고영표의 부상도 아쉽지만, 토종 선발 3명의 부진이 뼈아프다. 믿었던 필승조도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며 팀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게다가 박병호와 황재균, 김상수 등 주축 타자들의 부진도 심각하다. 상위권 도약의 기대가 컸던 한화는 초반 선두에서 7위(11승 10패)까지 미끄러졌다. 최근 10경기에서 7패를 당했다. 팀 ERA는 4.14(리그 3위)로 좋지만, 팀 타율은 최하위(0.257)에 머물고 있다. 투·타 밸런스가 좋지 않다. 기대를 모았던 류현진도 5경기에서 1승 2패 ERA 5.33에 그렸다. 안치홍과 채은성 등 자유계약선수(FA) 이적생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2015~2021년 두산) 경력이 있는 김태형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롯데는 최하위권(9위)에 머물러있다. '170억원 FA 삼총사'의 부진이 충격적이다. 내야수 노진혁은 타율 0.176, 투수 한현희는 4경기 ERA 7.36으로 부진했다. 유강남도 타율 0.122에 그쳤다. 롯데의 팀 ERA는 5.05(8위), 팀 타율은 0.261(8위)이다. 8연패를 끊고 최근 3연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시즌 전 최약체로 분류된 키움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돌풍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정후·안우진의 이탈로 전력 손실이 큰 키움은 이번 시즌에도 최하위로 분류됐다. 그러나 키움은 이형종·최주환·이용규 등 베테랑 선수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면서 3위(13승 10패)까지 올랐다. 5위(13승 11패) 삼성은 젊은 타자 김영웅, 이재현의 활약을 앞세워 상위권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윤승재 기자 2024.04.2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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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슈퍼스타 귀환·예측불허 순위 경쟁...뜨거운 '봄' 야구, 박찬호 돌아온 12년 전과 흡사하네

KBO리그가 역대급 흥행 가도를 달리며 900만 관중 동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올 시즌 흥행 요소는 역대 가장 빨리 100만 관중을 돌파했던 2012년과 흡사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9일 5개 구장에서 열린 경기들이 끝난 뒤 "금일 5개 구장 최종 관중은 6만4877명을 기록했고, 누적 관중 100만명을 달성했다. 역대 2번째로 빠른 70경기 만이다"라고 전했다. 역대 가장 적은 경기 수로 100만 관중을 돌파한 건 2012시즌 65경기였다. 10구단 체제로 치르기 시작한 2015시즌 이후에는 올 시즌이 가장 적은 경기 수로 100만 관중을 돌파한 것이다. 흥행 요소가 많다. 그 중심에는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빼어난 투수 중 한 명인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있다. 2013시즌 메이저리그(MLB)에 진출, 아시아 출신 투수 최초로 평균자책점 1위(2019시즌)에 오르는 등 한국 야구 위상을 높인 그는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고, 고심 끝에 친정팀 한화 복귀를 선택했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으로 미국 무대에 나선 그가 돌아올 수 있는 팀은 한화뿐이었다. 류현진은 복귀전이자 2024시즌 개막전이었던 3월 2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3과 3분의 2이닝 5실점(2자책점)으로 부진했지만, 홈에서 치른 3월 29일 대전 KT 위즈전에선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그사이 한화는 개막전 패전 뒤 7연승을 달리며 승승장구했다. 슈퍼스타의 복귀와 하늘을 찌를 듯 오른 초반 기세. 한화는 홈경기뿐 아니라 원정 경기에서도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지난 5일 고척 원정에서 한화팬 진가가 드러났다. 2017년 7월 20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7년 만에 평일 매진을 합작한 것. 한화뿐 아니라 '우승 후보'로 꼽힌 KIA 타이거즈가 기대대로 좋은 전력을 보여주며 상위권을 지키고, 전국구 인기 구단 LG 트윈스도 지난 시즌 통합 우승으로 들끓은 팬심이 여전하다. 롯데 자이언츠도 10일 기준으로 하위권에 처져 있지만,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 영입으로 커진 기대감이 관중 동원에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정규시즌 초반부터 예측을 허락하지 않는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점도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 전력에 비해 저평가 받은 SSG 랜더스, 간판타자(이정후)와 에이스(안우진)이 모두 이탈하며 '1약' 평가를 받은 키움 히어로즈가 모두 연승 가도를 달리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키움은 4연패 뒤 7연승을 거두며 특유의 짜임새 있는 선수 구성의 힘을 보여줬다. 삼성 라이온즈도 젊은 선수 위주의 타선 구성과 외부 자유계약선수(FA) 불펜 투수 김재윤을 영입해 단단해진 뒷문의 힘을 드러내며 7연패 뒤 5연승을 거뒀다. 선수 개별 이슈도 있다. SSG 한유섬은 10일 기준으로 생산한 안타 10개 중 7개가 홈런이었다. 이상적인 타격으로 볼 순 없지만, 흥미를 자아낸다. 여기에 소속팀 사정상 지명타자로만 나서야 했던 '천재 타자' 강백호가 고교 시절 맡았던 포수로 변신한 것도 시선을 모으는 요인이었다. 2024 정규시즌 초반 판도는 역대 최소 경기 100만 관중을 돌파한 2012시즌과 흡사하다. 2012시즌도 슈퍼스타들의 귀환, 예측을 빗나가는 순위 경쟁이 있었다. 일단 2012시즌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대학 시절 이후 18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23경기에 등판하며 선수 생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박찬호와 함께 빅리그 1세대 주역이었던 김병현도 넥센(현 키움)에 입단했다. '국민 타자' 이승엽, '타격 머신' 김태균도 일본 리그 생활을 접고 각각 친정팀 삼성과 한화로 돌아가 복귀 시즌을 치렀다. 순위 경쟁도 예상 밖 구도가 펼쳐졌다. 해설위원 대부분 2011시즌 통합 우승팀인 삼성을 정규시즌 1위 1순위로 꼽았고,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두산 베어스와 롯데를 4강 후보로 꼽았다. 2011시즌 6위였던 넥센과 7위 LG는 2약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100만 관중 돌파 하루 전인 4월 28일 기준으로 넥센은 9승 6패로 3위, LG는 8승 7패로 5위였다. 삼성이 6승 10패로 7위로 처졌다. 이런 의외성이 초반 관중 동원에 큰 영향을 미쳤다. 12년 만에 가장 뜨거운 봄을 맞이한 프로야구. 한화가 11일 두산전에서 연패에 탈출했고, KIA는 디펜딩 챔피언 LG 상대 주중 3연전을 모두 이기며 선두를 지켰다. 야구팬 시선이 떠날 줄 모른다. 프로야구의 봄이 뜨겁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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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독해지지 않으면…" 세 번째 기회 앞둔 박종훈과 감독의 기다림

"감독 입장에서는 기다려주는 수밖에 없다."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이 언더핸드스로 박종훈(33)을 두고 한 말이다.이숭용 감독은 11일 인천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취재진으로부터 박종훈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박종훈은 올 시즌 첫 2경기 선발 등판해 2패 평균자책점 10.50으로 부진하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2.67, 피안타율도 0.320으로 높다.지난달 27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2이닝 6볼넷 1실점)에서 제구 난조로 흔들린 뒤 2군에 내려가 조정을 거쳤다. 하지만 1군 복귀전이었던 지난 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4이닝 7피안타(3피홈런) 2볼넷 7실점 부진했다. 직전 등판보다 볼넷은 줄였으나 피홈런 3개로 대량 실점했다. 투구 내용이 워낙 좋지 않아 2군 재강등 가능성이 커 보였지만 이숭용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박종훈은 오는 13일 수원 KT 위즈전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이숭용 감독은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선수 입장에서도 힘들 거 같다. 매회 올라갈 때마다 잘 던져야 한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을 거 같다. 지금은 조금 더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종훈에게 기회를 더 주는 건 그가 어떻게 시즌을 준비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박종훈은 자타공인 '성실맨'이다. 비활동 기간인 지난 1월에는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팀 선배 추신수 자택(미국 텍사스주)에서 따로 몸을 만들었다.다만 마냥 무한대로 기회를 주기 어렵다. 프로의 핵심은 경쟁이다. 기록이 떨어지면 밀릴 수밖에 없다. 그게 숙명이다. 이숭용 감독은 "수장으로 판단해야 한다. 내가 독해지지 않으면 팀을 끌고 갈 수 없다. 프로야구 선수는 누구나 다 열심히 하지 않냐"며 "어느 정도 본인이 납득할 때까지 (기회를) 좀 줘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고 독려했다. 언더핸드스로인 박종훈은 흔히 퀵모션으로 불리는 슬라이드 스텝이 느리다. 볼넷이 많은데 도루에도 취약하다. 이숭용 감독은 "지금 종훈이를 봤을 때 불펜으로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보직 변경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이어 "과정을 좀 디테일하게 살펴서 좋았을 때 모습을 찾을 수 있게 해줄 생각"이라며 "못했던 선수가 아니라 어느 정도 했던 선수다. 2년의 공백이 있었고 그동안 얼마나 마음에 그게 있겠나. 그걸 좀 터트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것 또한 본인의 몫인 거 같다"고 말했다.박종훈은 통산 71승,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세 번(2017~18, 2020) 해낸 '선발 자원'이다. 2017년부터 4년 연속 규정이닝(144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12월, 비 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으로 5년, 총액 65억원(총연봉 56억원, 옵션 9억원)에 사인하기도 했다. 올해 연봉이 11억원으로 류현진(한화·25억원) 고영표(KT 위즈·20억원) 박세웅(롯데 자이언츠·13억5000만원) 다음 고액이다.감독의 '믿음'에 선수가 응답할 차례다.인천=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4.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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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규의 다른 생각] 야구는 선수가 한다, 아니면 감독도 한다?

2024년 프로야구가 개막 3주째에 접어든다. 올 시즌 KBO리그는 어느 해보다 각 팀의 변화가 크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한화 이글스에 복귀했고 '명장' 김태형 감독이 롯데 자이언츠 사령탑을 맡았다. KIA 타이거즈는 사상 첫 1980년대생 감독으로 이범호 타격 코치를 선임했다.세 팀의 성적표가 어떨지 유독 관심이 크다. 이 중 가장 눈길이 쏠리는 건 롯데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롯데는 팬들의 염원대로 김태형 감독을 영입했다. 하지만 외부 자유계약선수(FA)를 수혈하지 않았다. 내부 FA 전준우가 팀에 잔류했으나 '집토끼' 안치홍이 한화로 이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막 전 대부분의 해설위원이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을 낮게 봤다. 객관적인 데이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롯데는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가 기대되는 '미래의 팀'에 가깝다.공교롭게도 롯데는 시즌 초반 고전하고 있다. 4·5월 봄에 강하다고 해서 '봄데(봄+롯데)'라고 불릴 때가 많았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첫 12경기에서 4승(8패)을 수확하는 데 그쳤다. 만약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한다면 레거시 미디어들은 '김태형 효과'라고 평가할 거다. 그만큼 롯데는 선수단보다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KBO리그는 김응용·김성근·김인식 감독이 주축인 '3김 감독 시대'가 끝나면서 '감독의 야구'가 희미해졌다. 이후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이른바 '선수의 야구'가 강조됐다. 물론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다만 "그 선수들을 기용하는 건 감독"이라는 주장도 설득력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감독의 연봉은 미국프로농구(NBA)를 비롯한 다른 종목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그만큼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KBO리그는 어떨까. 감독의 연봉이 FA B 등급과 C 등급 사이다. 최근 추세는 우승 감독 타이틀을 달면 3년, 총액 20억원 이상 보장 받는다. 전반적인 리그 수준에서 많은 연봉을 받는 건 그만큼 감독의 역할을 더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롯데의 경우 김태형 감독에게 현역 최고 대우인 3년, 총액 24억원을 안겼다. 연평균 8억원은 FA B등급 수준의 대우로 올 시즌을 리빌딩이 아닌 '윈나우'로 생각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KBO리그에서 감독의 비중은 FA 선수들 못지않다. 야구는 선수가 하지만, 그런 선수를 적재적소 투입하고 발굴하는 감독의 능력은 웬만한 FA 선수 한두 명을 대체할 수 있다. 반면 이런 능력이 부족한 감독은 팀에 엄청난 마이너스를 안길 수 있다. 따라서 프로야구 감독에게 필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가 선수 보는 안목이다. 김태형 감독은 이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시즌 초반 롯데의 행보는 불안하다. 팬들의 기대와 결과가 부합하지 않는다. 다만 지난주 3승 2패로 반등의 기미를 보였다는 건 기대 요소다. 올해 롯데가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면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을 거다. 반면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포스트시즌에 오르면 "감독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얘기가 맞게 된다. 과연 롯데의 최종 성적표는 어느 정도일까. 필자가 궁금해하는 KBO리그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전 SSG 랜더스 단장정리=배중현 기자 2024.04.09 09:52
프로야구

연봉 11억원, 투수 고액 4위…"기회 줄 생각" 감독 기대 무색한 ERA 10.50

언더핸드스로 박종훈(33·SSG 랜더스)의 부진이 심각하다.박종훈은 7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4이닝 7피안타 3사사구 6탈삼진 7실점 했다. 2회 김성욱에게 투런, 3회에는 박민우와 맷 데이비슨에게 각각 솔로 홈런을 맞았다. 관심이 쏠린 사사구도 적지 않았는데 피홈런 3개가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경기 뒤 평균자책점은 10.50까지 치솟았다.박종훈에게 이날 경기는 중요했다. 지난달 27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2이닝 1피안타 6사사구 1실점(비자책) 했다. 마운드 위에서 자멸에 가까운 모습으로 우려를 낳았고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퓨처스(2군)리그에서 한 경기 등판, 투구 감각을 조율한 뒤 NC전에 맞춰 콜업됐는데 최악의 결과가 반복됐다. 박종훈의 제구는 고질적인 약점이다. 투구 시 허리를 숙여 던지는 언더핸드스로인데 '영점'이 크게 흔들린다. 지난 시즌 9이닝당 볼넷이 6.75개, 이닝당 투구 수가 19.8개로 많았다. 그런데 올 시즌엔 9이닝당 볼넷이 12.00개, 이닝당 투구 수는 24.5개까지 더 늘었다. 비효율적인 투구를 반복하니 등판하는 경기마다 불펜 소모가 크다.박종훈은 통산 71승,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세 번(2017~18, 2020) 해낸 '선발 자원'이다. 2017년부터 4년 연속 규정이닝(144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베테랑 박종훈을 신뢰한다. 지난 2일 이 감독은 "(2군에 있는) 종훈이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다. (한화전에서) 한 번 그렇게 해서 (기회를) 안 주는 건 아닌 거 같다"고 선수를 옹호했다. 하지만 관심이 집중된 NC전 난조로 다음 등판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물음표가 찍혔다. 박종훈의 부진은 허투루 보기 힘들다. 그는 2021년 12월, 비 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으로 5년, 총액 65억원(총연봉 56억원, 옵션 9억원)에 사인했다. 올해 연봉이 11억원으로 류현진(한화·25억원) 고영표(KT 위즈·20억원) 박세웅(롯데 자이언츠·13억5000만원) 다음 고액. 팀 에이스 김광현(11억원)보다 1억원 많다. 흔히 퀵 모션이라고 부르는 슬라이드 스텝이 느려 도루 허용도 잦다. 불펜으로 기용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만큼 선발로 반등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절치부심하며 시즌을 준비했던 터라 현재 성적표가 더 충격적이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4.08 12:10
프로야구

[IS 고척] 홍원기 감독 "하위권 예측, 감독도 선수들도 신경 안 썼다"

"그런 여론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선수들도 무감각해진 것 같다. 매년 그랬지 않나."키움 히어로즈가 시즌 전 하위권 예상을 보기 좋게 깨부수고 있다. 어느덧 6연승으로 정규시즌 5위. 승률 6할(6승 4패)을 기록 중이다.키움은 지난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서 7-6으로 접전 끝에 승리했다. 시즌 초 7연승을 달리며 1위를 지키던 한화를 상대로 연달아 타격전에서 승리했다. 기세를 기세로 꺾은 셈이다.키움은 시즌 전만 해도 하위권 후보로 분류됐다. 지난해 9위였던 한화는 자유계약선수(FA) 안치홍 영입과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복귀로 다크호스로 분류된 반면 10위 키움은 안우진의 군 입대,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전력 유출이 더 크다는 우려를 들었다.홍원기 감독은 덤덤했다. 비단 올해가 아니어도 매년 하위권 후보라는 예측을 들었던 탓이다. 하지만 홍 감독은 그러고도 꾸준히 가을야구에 올랐던 팀이란 걸 믿고 있었다.홍원기 감독은 7일 고척 한화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그런 여론에 별 신경쓰지 않았다. 선수들도 무감각해진 것 같다. 매년 그랬지 않나"라며 "선수들도 의식하지 않겠지만, 나도 스프링캠프 때부터 강조했다. (지난해 10위였으니) 올해는 더 떨어질 곳도 없다. 자신 있게 도전하자'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매 게임 최선을 다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물론 위기도 있었다. 키움은 개막 4연패로 올 시즌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역시'라는 평가가 따랐다. 하지만 홍 감독은 "그때 조바심이야 났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며 "일단 우리가 약한 부분은 인정해야 했다. 보강해야 할 부분은 준비해야 했다. 어차피 144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평가나 시선은 최대한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앞으로 어떤 연승, 연패, 위기가 올지 모른다. 그에 맞게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고척=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4.07 12:25
메이저리그

'오타니 이상' FA 대박 보인다...'타율 0.529 OPS 1.365' 소토, 이적하자마자 이주의 선수 선정

자유계약선수(FA) 대박 계약을 향해 질주를 시작한 후안 소토(25·뉴욕 양키스)가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다.미국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2일(한국시간) 소토를 아메리칸리그 이주의 선수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소토와 함께 내셔널리그 수상자로는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31·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선정됐다.소토는 지난해까지 내셔널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군림했다. 2018년 데뷔하자마자 신인왕 후보로 거론된 그는 6시즌 동안 타율 0.284 160홈런 출루율 0.424 장타율 0.524의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최다 볼넷만 세 차례 기록할 정도로 리그 정상급 선구안을 지닌데다 장타력도 겸비한 '타격의 달인'이었다.그런 소토가 올해는 아메리칸리그로 건너갔다. 2022년 그를 우승 청부사로 영입했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구단 재정 문제 및 향후 페이롤 정리를 위해 그를 양키스로 넘겼다. 애런 저지와 함께 타선 리더가 필요했던 양키스는 소토를 위해 젊은 선수를 다수 내주는 출혈도 감수했다. 일단 양키스의 선택은 성공할 것처럼 보인다. 소토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올 시즌 개막 4연전에서 타율 0.529, 1홈런, 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365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개막전에서는 9회 말 결정적인 홈 보살을 기록했고, 1일 경기에서는 9회 초 결승타를 치는 등 승부처 활약도 빼어났다. 저지가 부진했던 양키스는 소토의 맹타 덕분에 아메리칸리그 최강팀인 휴스턴과 4연전을 모조리 쓸어오는 쾌거를 거뒀다.이번 수상으로 소토는 워싱턴 내셔널스와 샌디에이고에 이어 양키스까지 3개 팀에서 주간 MVP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FA 직전 최고의 시즌을 보내야 하는 소토로서는 기분 좋은 출발이다. '악마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소속이기도 한 소토는 이미 일찌감치 올해 겨울 FA 최대어로 꼽힌다. 커리어가 워낙 화려한 데다 선수 본인의 기준치도 높다. 앞서 그의 친정팀인 워싱턴은 그에게 15년 4억 40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제시했지만, 소토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워싱턴은 그를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하며 프랜차이즈 스타를 만드는 대신 미래를 선택했다. 소토의 기준은 저지,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저지는 2022시즌 종료 후 9년 3억 6000만 달러를 받고 양키스에 잔류했다. 트라웃은 2019년 12년 4억 2650만 달러 계약을 맺었고, 오타니는 지난해 12월 10년 7억 달러에 다저스로 이적했다. 다만 오타니의 경우 연봉의 97프로를 추후 지급으로 돌려 실 가치는 4억 60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소토의 기준선도 이 정도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1998년생인 소토는 대학을 졸업하고 마이너리그를 졸업한 신인들과 비교해도 나이 차가 많지 않다. 당장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했고 앞서 1일 선발 등판한 개빈 스톤(다저스)만 해도 1998년생으로 소토와 동갑이다. 계약 기간 내내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고 커리어까지 정상급이라 역대 최고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수상 경력, 커리어하이 성적과 MVP 등 수상 경력까지 더해지면 값은 더 올라간다. 소토의 올 시즌 활약이 중요한 이유다. 소토는 매년 MVP 후보로 거론되지만 아직까진 수상 경험이 없다. MLB닷컴 등 현지 매체들은 그를 이미 아메리칸리그 MVP 1순위로 꼽고 있다.한편 내셔널리그에서는 쿠바 출신인 구리엘이 주간 MVP로 뽑혔다. 구리엘은 지난주 콜로라도 로키스와 4연전에서 타율 0.471, 3홈런, 10타점, OPS 1.644를 기록했다.구리엘 역시 소토와 같은 해인 2018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데뷔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쿠바 대표팀으로 뛰었던 율리 구리엘의 동생으로도 잘 알려졌고, 류현진(한화 이글스)의 토론토 동료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애리조나로 트레이드됐는데, 개인 커리어 최다인 24홈런을 날리며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다. '복덩이'가 된 그를 앞세운 애리조나는 2017년 이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과 함께 월드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뤄냈다. 구리엘은 지난 시즌 후 FA 자격을 얻었지만, 애리조나와 3년 4200만 달러에 재계약해 올 시즌도 활약을 이어가는 중이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4.02 09:27
프로야구

[IS 피플] GG 선배 두 명 밀어낸 ‘천재’…문현빈, 한화가 찾던 1번 타자

한화 이글스가 원했던 마지막 한 조각, 리드오프의 주인공은 문현빈(20)이었다.문현빈은 지난 3월 정규시즌 8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46 출루율 0.471을 기록했다. 1번 타자에 필요한 덕목에서 모두 만점을 받은 셈이다.처음부터 1번 타자는 아니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동안 1번 타자 주인을 정하지 못했다. 앞서 최 감독은 요나단 페라자를 2번 타자로 일찌감치 점찍었다. 지난해 활약한 채은성, 노시환에 이어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안치홍으로 3~5번 타순을 꾸렸다. 1번 타자에 대해 물으면 최 감독은 "페라자 앞에는 출루율이 좋은 타자를 쓰겠다"며 말을 아꼈다.마땅한 후보가 없었던 탓이다. 지난해 순출루율 0.095를 기록한 이진영, 2021년 105볼넷 출루율 0.407를 기록했던 정은원의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았다. 그 빈자리를 문현빈이 채웠다. 문현빈은 1번 출전 시 타율이 0.462에 달한다. 7연승을 만든 31일 경기에서는 생애 첫 4안타 경기까지 만들었다. 문현빈은 7연승 후 구단 인터뷰를 통해 "팀이 연승 중이었고, 오늘 (후배) 황준서가 던지는 날인 만큼 많이 출루하려고 했다. 팀에 보탬이 되길 바랐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안타) 개수는 의식하지 않았다. (마지막 타석은) 1아웃 주자 3루였는데, 외야 플라이만 쳐도 점수가 나올 수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쳤더니 생각보다 멀리 날아가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문현빈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그는 루키 시즌이었던 지난해 114안타를 때려냈다. 김재현, 이승엽, 박진만, 이정후, 강백호 등에 이은 역대 8번째 고질 신인 100안타 기록이었다. 수비에서도 최원호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다. 최 감독은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정은원과 안치홍을 각각 외야, 1루수로 옮긴 후 문현빈을 주전 2루수로 낙점했다. 개막전에서 실책을 범했지만, 에이스 류현진의 위로를 받은 후 공·수에서 더 탄탄해졌다.최원호 감독은 "당분간 (1번에) 현빈이를 계속 쓴다"고 했다. 하나 남은 조각이 채워지니 타선도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문현빈(콘택트·출루) 페라자(파워·콘택트·라인드라이브 히팅) 채은성(풀 히팅) 노시환(풀 히팅) 안치홍(중장거리)까지 상위타선의 유형이 각자 다르다. 비슷한 유형인 채은성과 노시환이 동시 부진하면 무너졌던 지난해와 달리 투수를 괴롭히기 충분하다. 그 결과 지난해 최하위였던 한화 타선이 180도 달라졌다. 2023년 타율 0.241 604득점(이상 10위)였던 한화는 올 시즌 초 타율 0.291(2위) 54득점 득점권 타율 0.380(이상 1위) 9홈런(3위)으로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4.02 07:55
프로야구

[IS 피플] '홈런왕' 노시환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

꽤 긴 시간 동안 노시환(24·한화 이글스)은 외롭게 타선에서 버텼다.혼자였던 건 아니다. 2019년 프로에 데뷔한 노시환은 2021년부터 4번 타자로 활약했다. 2021년엔 2루수 골든글러브 수상자 정은원이 앞에 있었다. 2022년은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이 썩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엔 베테랑 채은성이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돼 노시환의 멘토가 됐다.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노시환의 앞을 감싸주면, 뒤는 비었다. 뒤를 받쳐주면 앞이 텅텅 비었다. 공격은 9명이 해야 하는데, 노시환은 혼자 아니면 둘이서 상대 투수와 맞서야 했다. 상대는 굳이 노시환과 싸우지 않았다. 승부구 대신 유인구가 많았다.2022년엔 결국 그에 무너졌다. 노시환은 이를 두고 "2021년 18홈런을 쳤으니 그대로 상승세를 탈 줄만 알았다. 돌아보니 당시에 내가 좀 안주했다"며 "2022년 초반엔 2021년과 똑같이 쳤다. 그런데 홈런에 대해 스트레스가 생기니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과하게) 당겨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노시환의 8경기째 타율은 0.389로 높았다. 그런데 올해는 8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타율이 0.207에 그친다. 지난해 이미 31홈런 101타점으로 자신의 기량을 증명한 노시환이다. 구단도, 선수도, 팬도 급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4번 타자가 부진하면 눈에 밟힐 법도 한데, 누구 하나 노시환이 부진하다고 신경쓰는 이가 없다. 한화가 선전하고 있어서다.한화는 1일 기준 7승 1패로 선두를 질주 중이다. 개막전에서만 패했을 뿐 내리 7연승을 달리는 중이다. 연승 기간 '드라마'가 없어서 더 짜릿하다. 투·타 모두 그저 막강할 뿐이다. 선발 투수가 경기 중반까지 마운드를 지키고, 그 사이 타선이 터진다. 불펜 역시 '미스터 제로' 주현상과 마무리 박상원, 깜짝 스타 한승혁 등이 지키는 강속구 불펜진도 탄탄하다. 노시환이 잠시 부진해도 요나단 페라자, 문현빈, 채은성 등의 활약으로 팀은 득점 1위를 달리는 중이다. 노시환 역시 3홈런 9타점을 치며 힘을 보태는 중이다.노시환은 초조해 하지도, 지나치게 낙관하지도 않는다. 팀 연승은 즐기면서 자신의 역할은 다 하고 있다. 연승 기간엔 '파이팅 머신'으로 나서는 중이다. 첫 승을 거둔 3월 24일 잠실 LG 트윈스전부터 31일 대전 KT 위즈전까지 경기 전 파이팅을 노시환이 하는 게 한화 선수단의 징크스처럼 됐다. 노시환은 에이스 류현진이 등판했던 지난 29일에는 "1선발끼리 붙는다.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고 했고, 6연승이 이뤄진 30일 경기 때는 "저희는 모든 팀의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자기 자신을 믿고 상대하면 상대가 겁 먹는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7연승을 완성한 31일 경기 전에는 "제가 요즘 좀 안 좋은데 다들 이겨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오늘 준서가 데뷔 첫 선발이다. 저희가 도와줘야 한다"고 선수단을 독려했다.야구는 팀 스포츠다. 굳이 올해가 아니었더라도 선수단 구호의 주어는 언제나 '우리'다. 하지만 성적이 부진할 때 '우리'는 '나'에 그치곤 했다. 노시환, 채은성, 그리고 그에 앞서서는 류현진이나 김태균도 '내가 해야 한다'는 부담과 싸워왔다. 7연승을 이뤄낸 한화는 달라졌다. 시즌이 끝난 후 돌아봤을 때 7연승이 '일장춘몽'으로 밝혀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노시환이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라는 건 같다. '한화가 달라졌다'는 사실만큼은 달라지지 않는 건 그래서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4.0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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